동주염전의 어제, 그리고 오늘

최영숙 | 기사입력 2006/08/03 [00:00]

동주염전의 어제, 그리고 오늘

최영숙 | 입력 : 2006/08/03 [00:00]


어제 오후에 동주염전을 다녀왔다. 지속된 폭우 속에 오랜만의 햇살도 반갑기도 하거니와 동주염전의 근황이 궁금했기 때문이다. 저녁 햇살을 받은 갯벌은 칠면초들로 붉게 타오르고 있었다.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해가 넘어가기 전의 색상은 부드럽고 아늑하게 하는 힘이 있다. 이제 잠잘 시간이라는 듯 칠면초 그림자들이 길게 드러누었다.

햇살의 아득함과 함께 스산한 쓸쓸함이 몰려 왔다.  감정이 이율배반을 일으켰다. 짙어가는 쓸쓸함은 지는 해를 알기 때문일 것이다.

수초들이 휘몰아 있었다. 수초들은 보기에는 복잡하게  엉킨듯 해도 스물스물 춤추듯 부드럽고 여유롭게 보였다.  세상사 복잡함도  이 수초들 같지 않을까 싶었다. 풀어보면 아무것도  없는 것을 애써 부여안고 가는 것이 아닐까 싶었던 것이다.  어쩌면,  애써 잡을 수 있는 무언가가 있을 때가  가장 생생히 살아있는 순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동주염전에 어둠이 내리고 있었다.  지는 해는 오늘을 보내는 마지막을 보여 주고 있었다.

수문 위로 반달이 떴다. 어느새 밤이 되었다. 해가 뜨고, 지고, 달이 뜨고, 다시 새벽이 오는 이처럼 아주  일상적인 일들에  감사하는 날들이 많아졌다.  느끼고 볼 수 있음을 감사했다. 세월이 깊어지는 것은 자연에게 감사할 일이 많아지는 것이 아닐까 싶었다,

다음날, 다시 동주염전을 찾았다. 동주염전의 갯벌 위로 구름이 펼쳐져 있었다.

수초가 빛을 받고 있었다.  머리 위에서 쏟아지는 태양은 수초에게 풍부한 빛으로 다가서고 있었다. 수초 숲은 온통 반짝임 뿐이었다.

올해는 유난히 비가 많아서인지 동주염전의 바닥에도 예전에는 만나지 못했던 풍경들이 많았다. 금빛 바닥에 칠면초들이 서 있었다.


동주염전은 두 개의 세계가 공존한다. 현재 소금을 생산하는 살아있는 염전과 사람들의 손길 부족으로 소금을 생산을 그만둔 염전이 함께 있다. 언제와도 반가운 홍노진 님의 소금창고다. 저 문을 열고 들어서면 가을이면 천정 가득 소금이 차 있었다. 올해는 비가 많아 소금농사가 흉년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걱정스러웠다. 남은 기간동안 좀 더 뜨거운 날씨가 되어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돌아오는 길에 홍노진, 심인자 님을 뵈었다. 아주머님은 저장소의 염도 짙은 물들이 이번 폭우에 모두 뒤집어져서 그 염도를 온도를 올리려면 이렇듯 물을 달궈서 다시 넣고를 반복해야 한다,고 하셨다. 그래서 비가 그쳤다고 바로 소금을 생산하는 것이 아니고 다음 주에나 다시 소금을 생산할 듯하다고 하셨다.  이런 일들이 소금을 생산하는 일들보다 더 번거롭고 일도 힘들다고 하셨다. 구름이 떠 있는 평화로운 풍경 뒤에는 소금을 생산하는 분들의 힘든 노고가 감춰져 있었다. 겉으로 보이는 것이 모두가 아니라는 생각을 새삼했다.

뜨거운 태양볕에도 비에 쓸려온 갯벌들을 씻어내고, 달구기를 계속하시는 우종섭님과 그외 분들의 노고가 있기에 8월 뜨거운 여름이 오면 하얀 소금들이 그득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청령포를 연상시키는 저수지는 편안한 풍경이었다. 동주염전의 노을과 빛을 받고 있는 수초를 만나고 반가워하는 동안 이곳에 생활터전을 두신 염부 분들은 소금을 재생산하기 위해 저수장의 염도를 높이기 위해 힘든 싸움을 하고 계셨다.


상대방의 사정을 안다는 일이 얼마나 힘든일인가 싶었다. 정확히 그분들의 사정도 모르고 사진을 찍어대던 나에게 "거 나가쇼.!"라고 소리치지 않으셨던 것은  그간 만나온 정이였다는 생각을 했다.
동주염전의 자연은 아름다웠고, 그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염부 분들의 삶은 고단했다.
숨이 차게 하는 뜨거운 태양이 싫지 않았다. 이 뜨거움을 사랑하는 동주염전의 염부 분들이 있기 때문이다. 올해도 좀 더 뜨거움이 지속되서 그나마 늦은 소금추수가 풍성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내용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 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주간베스트 TOP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