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창고에서 만났던 아름다웠던 아침 풍경들

최영숙 | 기사입력 2006/02/02 [00:00]

소금창고에서 만났던 아름다웠던 아침 풍경들

최영숙 | 입력 : 2006/02/02 [00:00]


어둠이 짙게 깔린 소금창고 양철 지붕 위로 아침 해가  둥실 떠올랐다.  매일 뜨고 지는 해이건만 볼 적마다 가슴이 뛴다.  그러나, 매일 반복되는 해뜸이지만  정작  해뜸의 그 순간을  볼 수 있었던 날은 그다지 많지 않다. 집에서 보는 해는 높다랗게 떠 있을 때나 볼 수 있기에 작정을 하고 나서야 하기 때문이었다. 바다에서 뜨는 해가 장엄하다면 포동 폐염전에서 뜨는 해는 아늑했다.

구멍 뚫린 소금창고 기둥 사이로 삐죽이 해가 보였다. ' 내 어둠이 너를 지배할 수 없다.' 어둠은 해에게 길을 비켜주고 있었다. 

저 길 끝에서 누군가 저벅저벅 걸어나오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오롯이 혼자 소금창고에서 맞이한 아침 풍경은 마음 속에 미묘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었다.

꽃은 봄, 여름, 가을에만 피는 것이 아니다. 서리꽃이 피었다.

소금창고에서 잉꼬새를 만났다.
씨앗 꼬투리가 잉꼬새가 마주 있는 모습을 하고 있었다.
소금창고에 가면 여러 형상들이 보물찾기의 그림들처럼 숨겨져 있다.
머리카락 보일라 꼭꼭 숨겨진 그림들을 찾는 일은 분명 즐거운 일이다.
새의 부리로 철봉 매달리기를 하고 있는 듯한 모습을 보면서 빙긋이 웃음이 나왔다.
그런데 가끔은 내가 보는 시선이 정확할까? 걱정스러울 적이 있다.
예전에 대천해수욕장에서 또아리를 틀고 있는 뱀 형상의 돌을 가져왔었다.
내가 아무리 뱀의 형상이라고 해도 그것을 본 사람들은 모두 아니라고 했다.
자동차라고도 했고, 내 항변(?)이 가상했던지, 그럴 수도 있다고 마지못해 고개를 주억거리던 이들을 보면서 누군가 한 번에 뱀의 형상이라고 하는 사람을 만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 뱀은 보아뱀이 되었다. 고집스럽게 세상을 사시로 보는가?  그러나, 그런 일이 잦아진 뒤로 다른 시선으로 보는 이들을 보면서 세상은  더욱 살만하다는 생각을 했다. 각자의 시선에  따라 변하는 모든 만물들에 더욱 애정이 갔기 때문이다. 내가 본 시선이 모든것이 아니라는 자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모든 것들이 스승이 된다.
 
안개가 피어 오르던  3년 전 아침을 기억했다. 몽환적인 아침 풍경을 만들어 내던 안개는 꿈길을 헤매는 듯한 기분을 들게 했었다.

거미줄이 아침 이슬을 흠뻑 머금고 있었다.
거미는 제 경계를 분명히 만들고 있었다.
그러나, 거미는 보이지 않았다.
지금은 때가 아닐것이다.
아침햇살이 이슬을 말려주고 거미줄이 끈끈히 제 몫을 할 때,
누군가 자신의 거미줄에 들어섰을 때에야 거미는 절대로 서둘지 않고 천천히 자신의 영역으로 들어설 것이다.
우리들이 사는 모습은  어쩌면 거미줄을 치고 기다리고 있는 거미의 다른 모습이 아닐까 생각했다.
자기가 친 거미줄의 크기만큼 그 안에서 부대끼고 살아가는 모습들이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포동 폐염전의 아침 풍경이 마치 두물머리의 아침과 비슷했다. 물이 그득한 염전 바닥이 강 같았다. 조용하고 그윽했다.

세상은 공평했다. 아침 안개가 낀 날은 몽환적인 느낌을 주었지만 그만큼 해는 말끔하고 붉게 떠오르지 않았다.

 카랑카랑한 날씨와 흑백이 분명할 때 일출은 제 몸을 제대로 불태우고 붉게 떠오른다.
 모두를 가질 수 없는 것과, 어느 것이 더 아름답다고 선을 그을 수 없는 것.
 그냥, 언제나처럼 '오늘도 아침 해가 떳다.' 고만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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