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포자기(自暴自棄)가 그런 뜻이었군요!

맹자야! 놀자! 인문학 강연

이상애 | 기사입력 2013/05/11 [17:36]

자포자기(自暴自棄)가 그런 뜻이었군요!

맹자야! 놀자! 인문학 강연

이상애 | 입력 : 2013/05/11 [17:36]

사람들은 저마다 살면서 어떤 고비가 찾아오면 나름대로의 은촛대를 가지고 그 산을 넘는다. 지난해 원각사 주지스님은 번뇌가 많아서 걱정이라는 지인에게 ‘번뇌를 잘 굴리면 보리가 되지요’라는답을 주셨었다. 그 당시 그 말씀이 함께 한 이들에게 큰 깨달음을 주었던 기억이 있다.

어떤 사람은 집안에 표구 되어 있는 가훈을 늘 생각하며 살고, 어떤 사람은 듣기 싫었던 돌아가신 할머니의 잔소리를 이고 살며, 어떤 사람은 영화 속의 한 장면을 의미 있게 보고 삶의 화두로 삼기도 한다. 이번 주 맹자시간엔 이루장구상에서 자포자기(自暴自棄)의 의미를 되새겨보는 시간을 가졌다.

 
자포자기(自暴自棄)의 유래

▲ 소래고등학교에 걸린  '맹자야! 놀자!' 인문학 강연  현수막   ©이상애



孟子曰自暴者 不可與有言也 自棄者 不可與有爲也 言非禮義를謂之自暴 吾身不能居仁由義 謂之自棄也

맹자께서 말씀하셨다. "스스로를 해치는 자는 함께 진리를 말하는 것이 있을 수 없고, 스스로를 버리는 자는 함께 진리를 행하는 것이 있을 수 없다.  말로써 예의를 비방하는 것을 스스로를 해치는 것이라 하고, 내 몸은 인에 거하거나 의를 말미암을 수 없다고 하는 것을 스스로를 버리는 것이라 한다.  
 
큰 의미로 보면 자포자기(自暴自棄)는 인(仁)과 의(義)를 행하지 아니하고 예의를 행하지 아니하는 것이다. 작은 의미로는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이 용어를 어떤 커다란 목표를 자기 마음에 두지 아니하고 그걸 버리고 삶을 사는 사람 혹은 절망에 빠져 자신을 스스로 포기하고 돌아보지 않아 될대로 되라는 식의 체념을 하는 사람을  자포자기자라고 한다. 맹자의 이 문구는 인간의 도리를 망각한 자와는 상종을 말라는 경고라고 한다.




ㅅ :  오늘은 맹자 이루상편 자포자기(自暴自棄)에 대해 읽었습니다. 여기서 이야기하는 자포자기는 우리가 알고 있는 자포자기와 다릅니다. 아마 그 시대에도 인(仁)과 의(義)를 행하지 않는 사람이 많았나 봅니다. 맹자께서는 자포자기를 스스로를 해치는 자는 함께 진리를 말하는 것이 있을 수 없고, 스스로를 버리는 자는 함께 진리를 행하는 것이 있을 수 없다고 하셨습니다. 말과 행에 대해 이야기 하신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요즘 우리가 말하는 자포자기는 목표가 있고 그것을 그만 둘때 예를 들면 내일 시험인데 공부를 그만두는 것, 뭔가 목표가 있는데 포기하는 것을 말합니다. 맹자가 말하는 자포자기를 안한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요? 백범 김구. 안중근. 윤봉길.... 자포자기를 안한 사람은 다 위인이네요.^^ 자포자기한 사람은 역적이었구요. 우리에게 생각을 많이 하게 하는 구절입니다.

얼마 전에 저는 레미제라블을 보았는데 그 주인공은 어디를 가든 은촛대를 가지고 다녔습니다. 그 은촛대를 보면서 주인공에게는 그 은촛대가 삶을 지탱해 주는 것이라고 여겨졌습니다. 여러분은 살면서 자포자기하시고 싶었던 적이 있으신지 혹시 그럴 때 여러분의 은촛대가 있었다면 어떤 것인지 말씀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ㄱ :  너무 어려운 질문인거 같습니다. 저는 살면서 제일 힘들 때가 있었습니다. 그때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때까지 남편이 저를 10년 동안 그래도 별 걱정 없이 먹여 살렸다는 걸 알았습니다. 그리고 또 아이도 있었구요. 할 수 있다는 용기도 없고 나약한 저였지만 뭔가를 시도할 수 있었습니다. 그게 아마 가족이었던 거 같습니다.

그리고 올해가 또 그런 해였던 거 같습니다. 어떤 번뇌가 왔을 때, 그 행동에 대해 옳은지 아닌지 판단이 서지 않았습니다. 그럴 때마다 맹자를 펴놓고 필사를 하면서 뜻을 되새겨 보았습니다. 맹자의 글귀 속에서 판단이 잘못되지 않았다는 확신이 더 섰고 그리고 들리는 비난의 소리가 있었지만 이기고 넘길 수 있었던 거 같습니다. 2013년은 제게 맹자는 성경이나 불경처럼 많은 위로가 된 책인 거 같습니다.

ㄴ :  요즘 저는 옳다고 판단한 일들에 대해 그게 잘한 건지 아닌지 하는 판단이 서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럴 때마다 어머니가 해주신 말씀을 되새깁니다. "옳다고 생각하면 목에 칼이 들어와도 해야 된다"는 말씀입니다. 제게 있어 삶의 은촛대는 돌아가신 친정어머니입니다.

ㄷ : 제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을 해 온지는 벌써 13년이 되었습니다. 그 중간 중간 힘들고 회의가 든 적도 많았지만 그럴 때마다 용기를 주고 잘하고 있다고 이야기 해주는 지인이 있어서 잘 넘길 수 있었던 거 같습니다. 제게 있어 은촛대는 지인인 거 같습니다.

늦게 온 학생들이 웅성웅성 거리면서 간식떡을 먹고 있다.

ㅅ :  거기 너무 소란피우시지 마시고 집중하세요. 저런 것을 두고 자포자기라고 합니다.^^

ㄹ : 은촛대 이야기를 해서 은촛대가 화두가 된 거 같은데 자포자기 원래의 의미를 보면 늘 자포자기하며 살죠. 지금 현대의 의미로 생각하면 어려운 때는 그런 일이 없지 않았겠죠. 저는 살아가면서 좌우명아닌 좌우명이 있습니다. 바로 고등학교 1학년 한문선생님이 아주 쉬운 속담을 3개 알려주셨습니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말씀에 '서울은 못가도 똑바로 가라'가좌우명이 되었구요. '올라가지 못할 나무 처다 보지 마라'가 '못 올라갈 나무라도 처다보고 살자',희망을 갖고 살자는 이야기구요. '가다 중지함은 아니감만 못하니라'라는 말이 있죠. '간만큼 이익이다'. 한문선생님이 이런 말씀을 하셨는데 제가 어려울 때마다 이 경구를 생각합니다. 그냥 유명한 한자 이런 것은 아니지만 그 말에 제가 꽂혔어요. 우리 고등학교 때 한문 예비고사 안나옵니다. 그런데 저는 그 말에 꽂혀서 그걸 좌우명으로 품고 삽니다. 그게 바로 저의 은촛대입니다.

ㅅ :  그때 그 선생님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ㄹ :  이용완 선생님이십니다.
ㅅ :  아. 예. 바로. 스승의 날이 멀지 않았으니까 찾아뵈세요.
ㄹ :  지난 해 돌아가셨습니다. 제가 가서 하염없이 울었습니다.(숙연해짐)

ㅅ :  그 다음은 ㅁ선생님!

ㅁ :  저도 자포자기는 안 했던 거 같습니다. 물론 고등학교 때 염세주의에 빠져서 잠시 그런 적이 있었던 거 같기도 합니다. 일을 하면서 중간 중간 힘들 때 먼저 이야기하신 분이 공감이 가는 게 순간순간 최선을 다하자. here and now 지금 이 자리가 그 자리다. 그럴 때마다 힘들 때가 있지만 지나가고 나면 그때 내가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구나! 하고 느낍니다. 또 하나는 은촛대 말씀하시니까 친정 어머니가 제겐 많이 삶의 기준이 되어 주셨어요. 관계에 대해 말씀을 많이 하셨는데 부부간에도 예의가 있어야 한다. 제가 부모님과 오래 살지는 못했지만 사회생활하면서도 그런 이야기를 일주일에 5번 정도 전화로 했습니다. 그때마다 관계와 서로간의 신뢰에 대해서 ‘사회생활하면서도 서로 간에 보이지 않는 예의가 있으니까 그런 것을 늘 생각해라’라고 하셨습니다. 그 말씀대로 노력하면서 here and now 하니까, 늘 지금 이 자리에 최선을 다하니까 자포자기는 안했던 거 같습니다.

ㅅ: 대단하시네요. 오늘 새로 오신 분들 이야기를 좀 들어볼까요?

ㅂ  :  저는 포기하지 않아야 할 것은 아이들 키우는 것을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살아왔습니다. 나중에 나이 들어서 불효자, 부모한테 못하는 그런 자식으로 키워서는 안되겠다고 생각하고 살았습니다. 아주 오래전 제가 신혼 때 집주인 아주머니가 그러시더라구요. 나중에 불효자로 만들지 않기 위해서 사람노릇을 하는 사람을 키워야 된다고 하셨는데 그게 잊혀지지 않더라구요. 그래서 아이들을 키울때 제대로 된 아이들을 키워야겠다는 생각은 계속하고 있는데 그게 끝이 안나겠지만 일단 사람으로 키워야겠다는 생각은 갖고 있습니다.

ㅅ :  아 예. 몇 년만에 듣는 좋은 말씀이셨습니다. 포기. 자포자기. 자녀교육에 있어서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다는 좋으신 말씀이셨습니다. 자녀교육에 포기하신 분 없으시죠?

o  :  너무 진지하셔서 ㅎㅎㅎ. 솔직히 오늘은 구경만 하다 가려고 그랬는데…… 이렇게 진지한지 몰랐습니다. 솔직히 여기서 말하는 자포자기(自暴自棄) 이런 거를 망각하고 살아서…… 자기 합리화라고 할까요? 인(仁)인지 의(義)인지 예(禮)인지를 그동안 너무 제 잣대로 생각하고 살았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앞에서 많이 이야기하셨는데 공감하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제겐 은촛대같은 분이 돌아가신 할머니입니다. 말씀마다 '남 부끄러운 짓 하지 말아라.',‘정수박이에 부운 물이 어디 가겠느냐? '모범 보여라.'등 많은 말씀을 하셨는데 할머니께서 모범보인 세월을 하셨고, 어린 마음에는 얕은 생각에는 왜 남 걱정은 하고 살까? 나만 좋으면 되지 이런 생각하며 살았거든요. 돌아가시고 나니 그 말씀이 많이 와 닿았습니다.

ㅅ :  네. 감사합니다.^^

ㅅ :  인(仁) 어짐은 사람의 편안한 집이요. 의(義)  정의는 사람의 바른 길이다. 인(仁)과 의(義)를 하지않는 것은 자기(自棄)가 되는 것이다. 자기(自棄)한 자가 우리나라의 리더가 되면 나라가 어떻게 될까요?

편안한 집(仁)을 텅비우고 그곳에 거쳐하지 않고, 바른 길을 버리고서 행하지 아니하니 슬프도다. 세상에 자포자기한 자가 많다는 이야깁니다. 우리학교에도 교실에 들어가면 자포자기한 학생이 많습니다. 그런 학생들이 많으면 교실이 생동감이 넘칠까요? 아니죠. 우리 여기 맹자모임 왔는데 다 자포자기하고 있어요. 맹자 ‘시작합니다’ 하는데 다 떡만 먹고 있고... (호호호) 떠들고 있고 책도 안갖고 오고^^ 자포자기죠.^^ 그럼 안되죠. 그렇죠? 그리고 사회에 나가면 어떤 모습일까요? 그것도 마찬가지죠. 의를 행하지 아니하고 그냥 편법으로 뭘 한다든지 그런 경우, 질서도 안 지키고, 뭘 뺏는다던지 등등 이런 모습이 자기(自棄)한 모습이죠. 한마디로 막가파의 모습이죠. 맹자가 살던 시대가 바로 그런 막가파가 횡행하던 그런 시대로 본 것이죠. 그래서 인(仁)과 의(義)가 중요하다고 이야기 하는 겁니다. 또 리더들이 인과 의를 실천하지 않기에 그런 군주를 원한거구요. 만약 인과 의를 실천하는 군주가 있었다면 백성들이 가만히 있어도 우르르 몰려온다고 이야기 한거구요. ^^

오늘은 신입생이 오셔서 한줄만 더 하겠습니다. 또 가정을 자포자기할 수 없으니 평소보다 줄여서 수업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가정에 인와 의와 예의가 넘쳐나기 위해선 일찍 가야겠죠.^^


 
어린시절 마루엔 ‘정신일도하사불성(精神一到何事不成)’이라 써져 있는 족자가 있었다. 아마 처음 한자를 알게 되면서 그 뜻을 더 깊이 음미하게 되었던거 같다. 그 여덟 글자가 뭔가 하고자 할 때 포기(暴棄)하고 싶을 때 떠오른다. 글이란 그런 것이다.

오래전 의학드라마에서 허준이 어머니에게 하던 말 ' 왕후장상이녕유종호아(王侯將相寧有種乎) '에 매료되어 맹자를 읽었다. 그때는 그저 문자로 다가왔으나 살면서 맹자는 들을 때마다 읽을 때마다 또 필사할 때마다 은촛대로 다가온다. 글로서만이 아니라 행위로서 은촛대로. 그래서 함께하는 분들의 말씀에 늘 감사하고 그분들이 은촛대로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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