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봄을 혼란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던 4.11 총선이 모두 끝났다. 이번 선거에서 민심은 곧 천심이라는 것을 후보자 모두는 또 한 번 가슴에 새기는 경험을 했을 거다. 동장군 기세가 압승의 승전고를 울리는 1월 하순부터 예비후보등록자 명단이 나오는가 하면, 야권 단일화를 하겠다고 야권연대 여론조사를 실시하기도 했다. 여기서 통합진보당의 주영경(시흥시갑)과 조경호(시흥시을)후보가 손을 들어, 민주통합당 백원우(시흥시갑)후보와 조정식(시흥시을)후보에게 야권의 방향키를 넘겨 주었다.
그리하여 시흥시갑 선거구는 새누리당 기호1번 함진규 후보와 민주통합당 기호2번 백원우 후보와 무소속 6번 위준상 후보, 7번 이태한 후보가 격전을 치루게 되었고, 시흥시을 선거구는 새누리당 기호1번 김왕규 후보와 민주통합당 기호2번 조성식 후보, 무소속 기호 6번 이여신 후보가 대결을 하게 되었다.
백원우 후보와 조정식 후보는 재선을 지냈고, 삼선에 도전장을 낸 상황인데, 이 둘의 행방이 조금 달랐다. 유권자들의 여론에 의하면 백원우 후보는 중앙에서 탄탄하게 기반 다지기를 하는 중이며, 18대 국회의원에 당선 된 저력을 봐서 지지자가 많겠지만, 매스컴에 오르내렸던 막말의 여파가 조금 있을 거라 했고, 조정식 후보는 상대 후보인 김왕규 후보와 견주어 봤을 때 무난히 당선권에 들 것이라 했다. 그래서인지 모든 이들, 특히 언론인들은 함진규 후보와 백원우 후보의 선거 운동에 초점을 맞췄다.
함진규 후보는 발 빠르게 움직였다. 두 번이나 들어야 했던 쓴 잔의 기억을 씻어내야 할 기회이기도 하고, 세 번 씩이나 고배를 마신다면 그야말로 더 힘들어지는 상황이다. 선거사무소에서 기자회견을 하는가 하면, 시청 후문에서 기자실이 없는 시청을 들먹이며 꽃샘바람 강하게 부는 도로가에 기자들을 세워 놓고 기자회견을 했다.
사전 선거 운동을 했다고 고발 하는가 하면 허위사실이다, 명예훼손이다 맞고소를 하기도 하고, 이번 선거의 뜨거운 감자 군자매립지에 서울대 국제캠퍼스가 들어오냐, 안 들어오냐를 놓고 시흥시가 함진규 후보와 김왕규 후보를 고발하기도 했다. 그야말로 물고, 물리고, 또 물어뜯는 난항이 벌어졌다. 숨 막히는 선거 열전이 펼쳐지는 가운데, 결전의 날은 어김없이 왔고, 국민들은 투표를 했다. 누구나 똑 같은 한 표를 행사 한다. 별거 아닌 한 표, 한 표가 모여 절대적인 힘을 발휘한다.
시흥실내체육관에 마련된
시흥시흥실내체육관에 마련된 개표소는 초긴장 상태였다.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개표를 했지만 누구하나 잡담을 하거나, 소란을 피우지 않았다. 빠른 손놀림, 득표가 집계되는 상황을 지켜보며 한 표, 한 표에 집중한다. 초반엔 함진규 후보가 300여 표 정도 앞섰다가, 다시 백원우 후보가 1,000여 표를 앞서는가 했는데 다시 50여 표 차이로 함진규 후보가 가까스로 선두로 나섰다. 마지막 투표함을 열어 총 집계를 한 결과 202 표의 근소한 차이로 당락이 결정 됐다.
함진규 후보는 대야동, 신천동, 신현동, 목감동, 매화동에서 많은 표를 받았고, 백원우 후보는 은행동, 연성동, 능곡동에서 좀 더 많은 지지를 받았다. 지역구 투표 결과가 마무리 되고, 비례대표 총 집계가 나왔는데, 그것도 눈여겨 볼만하다. 새누리당이 54,672표 지지를 받았고, 민주통합당이 59,538표, 그리고 통합진보당이 13,596표를 득표했다면, 여당과 야당이 18,462표 차이가 나는데, 시흥을선거구의 조정식후보와 김왕규후보의 13,259표 격차를 빼고 나면 5,200여 표는 새누리당 후보도 지지하지 않을 뿐 아니라, 민주통합당 후보도 지지하지 않았다. 그런데 함진규 후보와 백원우 후보의 차이는 202표다. 나머지 5,000여 표는 정착 할 곳을 못 찾아 표류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자정이 넘어서 함진규 당선자와 조정식 당선자가 선거관리위원회가 주관하는 개표소를 들어섰다. 활짝 웃어야 할 함진규 당선자는 긴장을 한 탓인지 선거유세 할 때와 달리 얼굴이 경직돼 보였고, 조정식 당선자는 함께 했던 동무의 부재 탓인지 표정이 그리 밝지 않았다.
시위를 당긴 화살은 과녁을 통과했고, 그 과녁이 만들어 놓은 틀에 맞춰 사년 동안의 일정이 짜여 진다. 어쨌든 지금부터는 두 당선자에게 맡기고 그들이 약속 이행을 제대로 하는지, 역시 못 믿을 사람이 되는지, 아니면 정말 괜찮은 시흥의 일군이 되는지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한 우리 유권자들은 잊지 말고 지켜봐야 할 것이다.
두 당선자에게 당선증 교부를 하고 나서도 조금의 아쉬움이 있었다. 잘 놀았는데 이상하게 그 놀이가 덜 끝난 느낌이랄까, 열심히 잘 해 보자고 세 후보, 네 후보가 함께 출발점에서 뛰었는데, 마지막에 속이 좀 상하더라도 잘 뛰어준 상대 선수에게 서로 격려를 하고, 축하를 해 주는 멋진 장면을 볼 수 없었다. 어쩌면 진정한, 정말로 보배스런 유권자는 돌아서는 이의 뒷모습까지도 믿고 싶어 할지도 모른다.
|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 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