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 매화마을에 들고 보니

산들꽃의 수다

이정우 기자 | 기사입력 2012/03/28 [10:39]

봄날, 매화마을에 들고 보니

산들꽃의 수다

이정우 기자 | 입력 : 2012/03/28 [10:39]

며칠 째 날씨는 흐리거나, 바람이 불거나, 엊그저께는 눈까지 내리는 등 따뜻한 봄날은 먼 이웃나라 이야기처럼 들리는 요즘, 그래도 꽃나들이는 한번 해야 겠기에 먼 길을 나섰다. 그 님이 오신다는데 안방에서 맞을 수 없는 이유 중 하나는 실제로 몇 년 만의 만남이 되는데 버선발로 뜰 끝을 내려 한걸음에 달려가야 그 동안의 그리움을 풀어낼 거 같은 설렘이 있었다.

▲     © 이정우


밤새 달리는 버스에서 매화마을 이야기꽃이 먼저 활짝 핀다. 자료 검색을 한 일행이 매화마을에 매화꽃이 만개 했을 때 풍경은 이렇고, 남들이 보지 못 한 정말로 기막힌 절경은 어디라는 등, 까만 밤하늘에 매화꽃을 그리며 그렇게 남쪽으로 내려갔다. 안개 낀 섬진강을 돌아 매화마을에 도착하고 보니.

▲     © 이정우


매화는 수줍어 아직 바깥세상 나올 염두도 못 내고, 그나마 몇 몇 용기 있는 대장군 매화 몇 송이만 피어서 우리들을 반겨 준다. 흐드러지게 핀 청매 한 가지 붙잡고 멋지게 사진 한 장 찍고 싶은 소망을 곱게 접어 다시 마음속에 넣어 뒀다. 서운하기야 하지만 자연이 하는 일, 서운타고 발버둥 치며 울어본들 소용없을 테고, 그냥 매화마을에서 일어나는 주변 일들에 관심을 가져 보자고 생각을 고치니 또 다른 세상이 눈에 들어온다.

▲     © 이정우


광양매화마을에 출사대회가 있는 날이다. 모델을 초청해서 사진찍기 대회를 하는 거다. 한 명의 모델에게 많은 사진작가들이 모여들어서 이렇게 해 봐라, 돌아 서 봐라, 그림자 생긴다 어쩌고, 참 주문도 많고, 욕심도 많다. 모든 걸 달관한 듯 미소 짓는 모델아가씨를 따라 몇 장 찍었다. 바짝 앞으로 밀고 들어갈 용기도 없는 나는 멀찍하니 떨어져서 남들 하는 거 구경만 열심히 했다.

▲     ©이정우

 
사진 찍는 것도 중요하고, 꽃을 보는 것도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빠듯한 일상에서 이렇게 하루쯤은 늘상 일어나는 일에서 멀리 떨어져 나와 다른 세상을 바라보는 것도 내 삶의 활력소를 채우는 하나의 방법이다. 

▲     ©이정우

 
온천지에 매화꽃 만발하고, 매화향 그윽하게 퍼져 심신을 위로 받았으면 더 없이 좋았겠지만, 매화꽃망울 천지인 매화마을에 들어서서 조금 덜 채워진 매화밭을 바라보는 것도 나름 괜찮다. 지천으로 핀 꽃과 함께 볼 수 있는 것이 있고, 조금 덜 핀 그 밭에서 볼 수 있는 것의 다름이 좋다.

▲     ©이정우

 
매화밭에서 하루 종일 뒹굴다 돌아오는 길은 피곤하기도 하고, 조금 서운하기도 하지만, 몇 년을 별러 내려갔다는 것과 이젠 맘만 먹으면 언제든지 달려 갈 수 있다는 것이 나름대로 위로감을 주었다. 봄날은 왔고, 내 맘은 꽃밭을 서성이는데 날씨 탓, 이것저것 바쁜 탓을 하며 맘만 봄동산에 내세워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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