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아, 따라 오세요. 어르신.”
“네...에.”
“일단 드래그해서 주욱 끌어 오신다음 마우스 오른쪽로.......”
평생학습관 실버컴퓨터교실B반은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오후 1시에 수업 시작을 한다. 만65세 이상의 어르신들이 모여 한 시간은 엑셀을 배우고, 나머지 한 시간은 사진 찍어서 컴퓨터에 올리거나 간단한 포토샵을 배운다.
평소 존경하는 어르신이 있어 우연히 점심을 함께 먹었는데 컴퓨터반 선생님 자랑이 대단했다. 식사도중 어떤 선생님이신지 궁금하다고 했더니 바로 전화 연락이 닿아 한 시간 청강 허락을 받았다. 일찍 점심을 먹고 실버컴퓨터교실을 찾아 갔을 때 열두시 십오 분 정도였다. 너무 일찍 왔나 싶었는데 벌써 점심을 드시고 와 계신 어르신도 있었다.
▲하나 하나 차근차근 배워나가는 어르신들 ©이정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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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두시 삼십분쯤 되자 속속 자리마다 학생들이 앉았다. 대충 예상해서 잡은 뒷자리도 임자가 있어 그날 결석을 한 학생 자리에 겨우 앉아서 수업을 들을 수 있었다. 성적표 내서 합산하는 방법, 그리고 일렬로 손수 워드를 치지 않고 날짜나 요일 등을 칸칸이 채울 수 있는 방법 등 차근차근 일러주시고, 또 자리마다 다니면서 제대로 되었는지 살펴 주는 김경임 선생님(이하 김샘).
“선생님. 이리와 봐요. 확인이 없어졌어요.”
자료 수정을 하고 난 후 확인을 눌러야 한 댔는데 그 눌러야 할 확인이 어디로 가 버린 거다. 선생님은 [거기, 앞뒤옆에 있잖아요. 찾아보세요]가 아니라, “잠시만요. 이 어르신 봐드리고 갈게요.” 일일이 챙겨 드려야 하고, 손이 느려 마우스가 오작동이 나는 거 다 봐드려야 하는데 김샘은 늘 생글생글 웃는다.
▲ 각자 좋아하는 사진을 꺼내놓고 단장을 한다 ©이정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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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시간은 사진 수업이다. 사진을 액자에 넣거나 예쁘게 꾸며보는 시간인데, 그 시간에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속마음이 드러났다. “아니.. 김어르신은 왜 이쁜이님 사진만 그렇게 많이 만드셨어요. 다른 할머님 사진도 좀 하시지.” 본인의 사진도 별모양, 미로모양으로 만들어보지만, 같은 반 어르신들의 사진을 만드는 게 더 재미있으신 모양이다.
그렇게 만든 사진은 다시 “김샘의 컴교실”이라는 인터넷 카페에 실버컴퓨터반이란 카테고리에 넣고 어르신들만의 공간을 만들어 나간다. 두 시간 수업은 정말로 순식간에 지나갔다. 옆자리 짝꿍이신 박광배 어르신께 슬쩍 재밌냐고 여쭈었더니 “그럼, 재미있지. 여기 오면 시간가는 줄 몰러요.” 그 옆자리 조금 더 젊으신 김재복 어르신은 하나, 하나 배울 때마다 박광배 어르신을 챙기느라 바쁘다. 한 줄 올려야 한다. 옆으로 클릭해 봐라. 정말로 열기가 후끈한 배움의 마당이다.
어르신들에게 컴퓨터 가르치는 일이 어렵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어르신들이 모두 오랫동안 조금씩 배우셨고, 또 잘 따라와 주셔서 어려움은 없고 제일 고령인 어르신은 팔순이신데 한 번도 쳐지거나 힘들어 하시지 않고 아주 잘 하신단다. 또 어르신 중에서 조금 젊으신 분은 그 교실에서 배워서 다른 동아리에 가서 컴퓨터 수업을 직접 하고 계시기도 한단다.
배움에 남녀노소가 어디 있고, 귀천이 어디 있냐는 말이 딱 들어맞는다. 배움이 있는 곳에 웃음꽃도 피어난다. 할 일 없다고, 이젠 늙어서 만사가 다 귀찮다고 뒷방만 고수한다면 화려하게 변신하는 포토샵의 즐거움을 어떻게 느낄 수 있을까. 알고 보니 어르신들은 컴퓨터만 배우는 것이 아니라, 노래도 배우고, 서예도 배우고, 참 바쁘게 사신다.
▲ 하태복 어르신의 그리운 친구분들 © 이정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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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들이 건강하면 자식들 얼굴에도 웃음꽃이 절로 핀다. 봄이 먼 산마루에 걸터앉아 언제쯤 마을로 내려갈까 고민하는 사이, 실버컴퓨터반 교실엔 스스로 봄꽃이 되어 화사하게 웃으시는 어르신들이 이미 봄을 활짝 열고 계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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