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손이 하는 일? 오른손은 모르리~~!

스스로 행복해지자 [행복나눔터]

이정우 기자 | 기사입력 2012/03/20 [07:44]

왼손이 하는 일? 오른손은 모르리~~!

스스로 행복해지자 [행복나눔터]

이정우 기자 | 입력 : 2012/03/20 [07:44]

매월 셋째 주 토요일 오전은 행복을 나누는 사람들의 발길이 분주해 지는 날이다. 일찍 마트 앞에 모여서 점심에 먹을 고기와 야채 등 어르신들이 좋아할만한 장을 봐서 에덴공동체로 달려간다. 소래산자락 밑 신천동 에덴공동체는 갈 곳이 없는 어르신들이 모여서 함께 생활을 하는 곳이다. 그 곳에서 [행복나눔터] 봉사자들이 청소를 하고 밥을 짓고 어르신들에게 잠깐 동안이나마 딸이 되고, 아들이 되어 주는 시간이다.

▲ 다른 곳보다 일찍 찾아든 봄소식     © 이정우

[행복나눔터]란 모임으로 봉사활동을 한다는 이야기는 아주 오래전부터 들었다. 봉사단체에 가입을 해서 요란하게 봉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이들은 조용히, 그야말로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할 정도로 소리 소문 없이 그들의 할 일을 한다. 매월 셋째 주 토요일은 세상 누가 뭐래도, 하늘이 두 쪽이 나도 그들에겐 봉사를 하는 날이다. 언젠가 한 번 갔던 길인데 길을 잃었다. 차머리를 잘못 들이밀어서 일방통행으로 들어섰다. 한 바퀴 돌아 나와서 전화를 했는데, 어르신 중에서 제일 젊은 분이 대문밖에 나와서 맞아 주었다. 못 찾아오면 찾아 나서려 했단다. 순간 빈손으로 덜렁 찾아 든 걸 후회했다. 

“십년을 하루 같이”란 말처럼 이들은 십여 년이 넘게 할머니, 할아버지들과 인연을 맺고 있기에 이젠 가족이나 마찬가지다. 어느 할머니가 얼마나 건강이 나빠지셨는지, 그동안 별일은 없었는지 친정 부모님처럼 살갑게 대한다. 처음 [행복나눔터]가 만들어지게 된 계기는 십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그때 인터넷에 음악방송이 한참 유행 했을 때인데, 물왕리음악방송국에서 CJ를 했던 미리내님이 제안을 했다. “매일 음악 듣는 것도 행복하지만, 시간이 된다면 봉사를 하면서 사는 것도 괜찮다는 생각을 했고, 그때 매일 음악을 같이 듣던 멤버들이 모여서 봉사를 하기 시작 했지요.”

“어떤 단체들은 봉사를 하겠다고 해 놓고, 잠깐 하다 그만 두는 경우가 많은데, 이 단체는 이미 가족이 되어 버린 사람들이지요. 셋째 주면 꼭 옵니다. 정말로 못 올 사정이 생기면 한주 당기거나 미뤄서 꼭 왔다 갑니다. 그리고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많이 기다리기도 하구요.” 에덴공동체의 윤석규 원장이 [행복나눔터]에 대한 칭찬을 한다. 

▲ 어르신들의 웃음치료를 돕고 있는 미루나무님     © 이정우


사실, 처음 취재를 부탁했을 때 반응은 떨떠름한 표정이었다. 그들만의 조용한 울타리에 타인이 끼어드는 느낌이랄까. 그래서 조심스레 청소를 거들었다. 일부러 잠바 벗고 양말도 벗어던지고 맨발로 쓱쓱 싹싹 나서서 화장실을 닦아댔더니, 마음의 틈을 조금 열어 준다. 그리하여 사진 한 장 찍었다. 일찍 청소가 끝난 미루나무님이 거실에 어르신들을 모셔놓고, 웃음학 강의를 한다. 음,,,하,,하,,하,,,핫,,,핫,,,, 아주 호탕하게 웃어야 모든 질병들이 삼십육계 줄행랑을 놓는다는 아주 명쾌한 강의를 따라 처음엔 어색하게 따라 웃던 어르신들이 허리를 뒤로 젖혀가며 웃는다.

▲ 어르신들이 기거한다는 생각이 안 들 정도로 깔끔하게 정리된 마당     ©이정우



할머니들과 웃고 즐기는 동안 주방에서 핫세님과 연가님이 점심을 차린다. 오늘의 메뉴는 돼지고기두르치기와 상추쌈, 두부조림, 그리고 유채나물무침이다. 한 상에 모여서 식사를 하는 것이 아니고, 어르신의 건강 상태에 따라 상을 따로 본다. 커다란 거실에 십여 명의 어르신들이 드실 점심상을 네 군데 차리고, 봉사자들은 마당 차탁에 따로 상을 봤다. 솔솔 봄바람이 대문을 넘어 들어와서는 상추쌈 위에 달랑 올라앉는다. 천사들과 먹는 밥상은 그야말로 성찬이요, 꿀항아리에 빠진 느낌이다.

타 단체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뭐가 있을까 물었더니, “다른 단체들은 봉사만 하고 돌아가는데, 이 단체는 이렇게 매번 장을 봐 와서 함께 밥을 먹고 갑니다. 가만히 보니까 팀원들끼리 십시일반 만원, 이만 원씩 걷어서 장을 보더군요. 이리 오래가는 단체는 정말로 드물지요. 이젠 내가 없어도 그들끼리 알아서 할 일 다 하고, 어디에 뭐가 얼마만큼 있는지도 다 압니다. 그리고 우리도 봉사자들에게 이곳 실정을 오픈시켜야 하구요.” 윤석규 원장은 해맑은 미소로 봄볕을 응시한다.

스스로 행복해지기 위해 봉사를 한다는 그들, 밖으로 알려져서 참 괜찮은 사람이란 말을 듣기보다는 자신을 향해 스스로가 괜찮은 사람임을 자부심으로 삼기에 충분한 [행복나눔터] 팀원들. 끝내 사진 찍히기를 거부한 대량 설거지의 대가 자칭 머슴이라 불리는 사나이까지, [행복나눔터]엔 그들 자체가 빛이 되고 행복이 되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 멋진 사람들이 함께 하고 있다. 

▲ 미루나무, 윤석규원장, 미리내, 핫세, 연가     © 이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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