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흥의 문학인, 제8회 부천수주문학상

김영주 | 기사입력 2006/09/13 [00:00]

시흥의 문학인, 제8회 부천수주문학상

김영주 | 입력 : 2006/09/13 [00:00]
제8회 부천수주문학상 대상 ‘질경이의 꿈'
 
부천을 빛낸 인물로 지정된 수주 변영로 선생의 詩정신을 기리는 수주문학상 공모전 대상에  임경묵(소래문학회)의 ‘질경이의 꿈'이 영예의 대상을 차지했다.

우수상에는 현택훈의 ‘흐린명조체의 시', 박기동의 ‘동굴탐사', 정출운의 ‘함석장이 노인'이 각각 차지했다.
수주문학상 운영위원회가 주관하며 부천시가 후원하는 수주문학상 공모전은 기성, 신인을 망라한 전국 문인을 대상으로 시 작품을 공모했다.
이승훈, 최동호 심사위원의 심사평에 의하면 「질경이의 꿈」, 「동굴탐사」,「함석장이 노인」, 「흐린 명조체의 시」 등 네 편의 응모작이 마지막 심사대상이 되었다. 본심을 통과한 응모작의 상당수가 일정수준에 올라 있었지만, 특히 네 분의 시는 시적수련과 작품으로서의 성취도가 높았다.
심사위원들은 고심 끝에 「질경이의 꿈」을 대상작으로 결정하였는데, ‘실직한 당신'을 질경이풀‘의 질긴 생명력에 비유한 이 작품은 최근 문단에 발표되고 있는 서정시의 약점을 발전적으로 극복한 좋은 시라고 판단되었다. 시적 서술의 묘사력과 언어의 유연한 구사능력 그리고 대상에 대한 관찰 등이 적절한 어조에 실려 있어 뛰어난 시적 호소력을 발휘하고 있었다.

<당선작: 대상>

질경이의 꿈
                                         -임경묵
 

질경이도 꽃을 피우냐고요
바람이 구름을 딛고 하루에도 수천 번씩
오르락내리락하는 소백산 정상에서
꽃 안 피우고 살아남는 게 어디 있나요
노루오줌도 찰랑찰랑 지린 꽃을 피우고
심지어 개불알꽃까지 질세라 덜렁덜렁
망태를 흔드는데요 사실 말이지
그렇게 아웅대며 서둘 필요는 없거든요
밟힐 때마다 새파랗게 살아남아
가끔 뿌리까지 헹궈주는 바람을 끼고
소백산 허리에 닥지닥지 달라붙은
저를 보신 적이 있잖아요
실직한 당신의 낡은 등산화 밑에서도
이렇게 구겨진 날을 밀어 올리잖아요
혹시
뒤돌아보지 않고 지나온 길이 후회되세요
흔적도 없이 지워드릴 수도 있거든요
가파른 오르막길이 팍팍하고 힘들면
부담없이 제 발목쟁이를 또옥 따서
풀싸움이나 하면서 잠시 쉬었다 가세요
길 잃어 막막한 당신이 뿌리 채 뽑아서
하늘 높이 제기차기를 해도 그만이구요
다시 말씀드리지만 제가 가진 그늘은
씨방처럼 부푼 땀방울들을 말리기엔
너무 키가 작으니까요
그러니까 제 발목쟁이를 드린다는 거예요
대신에 당신의 캄캄한 어깨를 껴안고
하산하던 씨앗 한 톨이
고개 묻고 돌아가는 당신의 뒤안길 혹은
보도블록 틈에 질긴 뿌리를 부리고 서서
언젠가 당신의 지친 발목쟁이에
입 맞출 수 있다면
저는 밟혀도 정말이지 괜찮거든요
이젠 당신도 다시 한 번
울먹이는 희망을 돌볼 시간이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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