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 리딩의 저자 하시모토 다케시는 ‘독서는 작자라는 이름의 타자와 마주함으로써 우리가 보다 열린 인간이 되게 하는 계기를 부여한다’라며 그러기 위해서 첫째도 둘째도 의식적으로 충분히 사고를 거듭하면서 슬로 리딩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소래고도서관의 고전 시민 강좌는 슬로 리딩 강좌라고 할 수 있다. 주제에 따라 2시간 동안 맹자 원문은 한 페이지에서 두세 페이지를 읽는다. 나머지는 참여자들의 몫이다. 다양한 직업과 삶의 방식을 가진 참여자들은 각자의 삶과 타인의 삶에서 터득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깊은 공감을 나눈다. 시민강좌가 10년 이상 유지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였다.
시민 강좌 시작과 다양한 활동
시민강좌 『맹자집주』원전 강의 참여자들은 이 강좌를 ‘맹자학당’이라고 불렀다. 2009년 10월 첫 모임을 시작으로 한 달에 두 번 첫째, 셋째, 다섯째 주 수요일 저녁 7시부터 9시까지 진행되었는데 맹자 원전을 읽고 토의만 하지는 않았다. 봄·가을에 맹자 기행도 하고 때론 워크숍도 했다. 이 강좌를 거쳐간 시민은 300여명이 넘는다.
맹자 원전 강의 진행 과정
먼저 진행하시는 선생님의 원전 읽기와 해석이 있고 난 후, 그날 주제에 대한 참여자들의 다양한 해석이 이어진다. 예를 들어 “사람의 근심은 남의 스승 됨을 좋아하는 데 있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면 자기 생각과 경험에 더해 책에서 보았던 내용이나 신문이나 정기간행물에서 보고 느꼈던 바를 인용하여 이야기를 한다. 참여자들의 연령대가 20대에서 70대까지 다양하여 세대를 아우르는 생각을 엿볼 수 있기도 하다. 그렇다고 뭘 준비할 필요도 없다. 숙제도 없다. 그날 주제에 맞춰 서로 공감할 뿐이다. 수업 시간에 더 이야기 하지 못한 내용이 있을 땐 자리를 옮겨 또 토론하기도 했다. 자유로운 토의는 한쪽으로 치우쳐있던 굳어있던 사고의 틀을 말랑말랑하게 해주어 수업 후엔 참여자 개개인에겐 많은 변화가 있었다.
시민강좌가 오래도록 이어질 수 있었던 이유
요즘 프로그램들은 대부분 몇 년에 걸쳐 운영될 만큼 지속 가능하지가 않다. 그런 가운데 더구나 시민강좌인 맹자원전 강좌가 오래도록 이어질 수 있었던 이유는 뭘까? 고전을 공부하고자 하는 시민들의 적극적인 움직임에 의해 생성되었기 때문이다. 사실 이 강좌도 잠시 관리자가 학교도서관에서 진행하는 것을 반대해 평생학습관 등을 빌려서 진행하기도 했다. 이런 우여곡절을 뒤로하고 다음의 4가지를 생각했다.
❶ 무보수의 훈장님
참여자들은 개인 사정이 있으면 가끔 빠질 수 있었지만 무보수로 가르쳤던 훈장님은 늘 그 자리에서 제자들을 기다렸다. 시작은 한문을 전공하신 임경묵 선생님이 하셨고 중국어를 전공하신 심우일 선생님이 6년을 진행하셨다.
❷ 정답이 아닌 각자의 답을 찾다
『맹자집주』원전에는 현대인들도 토론해 볼 만한 다양한 주제가 있다. 같은 책을 읽고 해석하고 돌아가면서 정치, 경제, 사회, 교육, 복지 등 다양한 이야기로 확장하여 대안을 나눔으로써 생각의 폭을 넓힐 수 있었다. 또 자기 나름대로 생각하고 느낀 것을 앞으로 생활에서 또 직장에서 어떻게 살려나갈 것인가? 고민하는 사람들이었기에 가능했다.
❸ 반구저기(反求諸己)를 통한 성찰
반구저기는 잘못을 자신(自身)에게서 찾는다는 뜻이다. 어떤 일이 잘못되었을 때 남의 탓을 하지 않고 그 일이 잘못된 원인을 자기 자신에게서 찾아 고쳐 나간다는 의미이다. 『맹자집주』가 끝나갈 때쯤 심우일 훈장님이 맹자를 읽으면서 크게 달라진 점이 있다면 무엇이냐고 물었다. 참여자 대부분이 생각한 것이 반구저기(反求諸己)였다.
❹ 토의를 통한 대안과 위안을 얻다
20대에서 7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참여자들의 삶의 문제도 다양했다. 진솔하고 내공이 쌓인 대답들이 쌓여 깊은 공감을 나눌 수 있었다. 한 참여자는 “맹자를 읽고 서로의 생각을 나누다 보면 자신이 옳다고 생각했던 또 정답이라 생각했던 것들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고 또 다른 분들의 의견을 들으며 많은 삶의 지혜를 얻는다며 그것이 직장에서의 고단함을 녹여주는 힐링이 아니겠냐?”라고 시민강좌 맹자원전강좌를 평했다.
독서의 즐거움은 의사소통
사실, 소래고도서관과 인연을 맺게 된 계기는 시민강좌 『맹자집주』강의를 이곳에서 진행했기 때문이다. 나는 맹자원전을 함께 읽고자 했던 사람들 중에 한 사람이었다. 처음 와본 학교도서관 풍경은 뭐라도 해 볼 만한 환경을 구비하고 있었다. 독서의 재미 중 하나는 읽은 책을 통해 다른 사람과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른 학교도서관에서도 그 즐거움을 많이 맛보길 바란다.
*이 글은 2021년 월간아침독서 10월호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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